저는 혼자 자취를 합니다... 시험기간이라 밤늦게 시험공부를 하다가 이제 자려고 스텐드 불만 켜놓고 누웠습니다. 그런데 (제가 장롱에다 책상을 만들어 놨습니다.) 책상쪽에서 천장 전등으로 뭔가가 날아가는 것 입니다. 처음에는 나방인줄 알고 "아..잡기 귀찮은데..내일 잡을까..." 하다가 밤에 제 얼굴에 기어다닐까봐 무서워서 잡기로 마음먹고 일어났습니다. 그런데....자세히보니 기다란 더듬이가 서로 엇갈리며 이리저리 움직이고 전등을 따라 계속 기어다니는 것이 딱 바퀴벌레였습니다. 순간 얼어서 진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저거 놓치면 큰일 날것같은 마음에 잡기로 결심하고 빗자루로 슥 건드렸습니다. 그러자 한쪽 벽으로 날아가 앉았고 저는 봉지와 옷걸이로 잠자리채 비슷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바퀴벌레가 슬슬 눈치를 보더니 빠른 속도로 장롱쪽으로 기어 갔습니다. 이대로 보내면 진짜 오늘 못잘 것 같아 필사적으로 쫒았지만... 결국 놓쳤습니다. 놓치고 나니 온 몸에 소름이 돋아서 가만히 서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순간 등에 뭔가가 툭하고 닿았습니다. 저는 새벽이라는 것도 잊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알고보니 제가 묶고있던 머리끈이 떨어진 것이었습니다. 그 사실을 알게되고 나서도 저는 식은땀이 흐르고 벌벌떨려서 남친도 내일 시험이 있다는 걸 알지만 전화를 걸었습니다. 자고있는지 첫번째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저는 남친이 평소 잠에 대한 욕심이 많고 잠을 잘때는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지만... 너무 무서워서 다시 전화를 걸었습니다. 신호가가는데 정말 무서워서 눈물이 계속 났습니다. 입 벌리고 울면 벌레가 들어갈까봐, 시끄러울까봐 손으로 입을 막고 "읍...읍.."대며 울었습니다. 울고 있는데 자다 깬 남친이 여보세요 하고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나마 의지가 되는 사람이 전화를 받자 안심이 되기도 하고 아직도 바퀴벌레가 무서워 계속 "읍..으..ㅂ읍..."대며 울자 걱정된 남친이 무슨 일이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좀 더 울다가 바퀴벌레가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남친은 자다 깬 이유가 바퀴벌레 때문이라는 것을 알자 그나마 위험한 상황은 아니라 안심했고 위험한 상황도 아닌데 잠에서 깼다는 것에 약간 신경질이 난 듯 했습니다. 그래도 벌레때문에 울며 전화한 저에게 우선 약을 뿌려서 없애 보라고 했습니다. 약간 화가난 듯한 남친의 말투에 미안하고 무서웠지만 약을 뿌리고 바퀴벌레가 우르르 나와서 날아다니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잘 수 도 없겠다 싶어서 홈0피아를 집어들고 바퀴벌레가 기어들간 장롱에 대고 여기 저기 약을 뿌렸습니다. 이제 됬겠지 할 즈음에 약 뿌리기를 멈추고 상황을 지켜보는데 바퀴벌레가 부엌의 싱크대 쪽으로 기어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저는 바로 바퀴벌레에 대고 약을 뿌렸고 바퀴벌레는 부엌으로 향하던 방향을 반대로 틀어 장롱 옆의 냉장고 위에 쌓여있는 박스로 날아갔습니다. 저는 계속해서 약을 뿌렸고 바퀴벌레는 피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기어가는 듯 했습니다. 약을 계속 뿌리고 바퀴벌레의 모습이 안보이게 되자 저는 약 뿌리기를 멈추었습니다. 남친은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었고 저는 바퀴벌레의 모습이 안보인다. 어떻게 된것인지 모르겠다며 또 눈물을 흘렸습니다. 남친은..아침에 할 이야기가 있으니 아침에 전화하면 받으라며 자신도 내일 일찍 시험이 있기때문에 전화를 끊고 자야겠다고 했습니다. 저도 잠에 대해 민감한 남친이 새벽에 일어나 전화를 받아주고 도와 준 것이 고마워서 얼른 자라고 했습니다. (저희가 장거리 연애라 남친이 잡으러 와주려면 버스로 4시간이 걸립니다. 더구나 둘다 대학교 1학년으로 차도 면허도 없어서 불가능합니다.) 그렇게 전화를 끊고 무서워서 장롱을 살피며 가만히 있는데 톡이 왔습니다. 아침에 할 말 지금 하겠다고.......남친은...저에게 기숙사를 권했습니다. 그러나 기숙사는 여러 사람이 쓰고 오히려 여기보다 바퀴벌레가 많을 것같아 싫습니다.ㅜㅠ이리저리 말하다가 피곤한 남친은 결국 이야기의 끝을 내지 못하고 잠들었습니다. 톡을 나가서 바퀴벌레에 대해 찾아보고 퇴치방법을 찾아보고 세스코의 무료진단 후기도 찾아보았습니다. 찾는 내내 무서워 장롱을 계속 예의 주시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진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정말 무서워서 우는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습니다. 더구나 저는 비퀴벌레를 무서워 한 적도 없었습니다. 찜질방에서 자고 일어나 씻으러 가려고 옆에 내버려둔 수건을 집어 올리자 2cm정도의 크기가 되는 바퀴벌레 한마리가 샤샤삭 기어가는 모습을 보며 음..여기 더러운가 보다하며 수건은 내버려두고 씻고 간적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바퀴벌레의 모습을 보고 지금까지도 진정이 되지않아 세스코의 무료진단 서비스를 신청하고 밝으면 나타나지 않는다는 바퀴벌레의 습성이 떠올라 전등을 다 켜놓고 이 글을 남기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 무서워서 돌아버릴 것 같습니다. 시험기간인 것도 서러운데 지금 바퀴벌레 한마리때문에 잠도 자지 못하고 이러고 있습니다. 바퀴벌레의 외모는 검은색에 가까운 갈색에 날개가 달렸고 날아다닙니다. 몸길이와 비슷한 더듬이가 있었고 바퀴벌레라고하면 흔히 생각헤게 되는 비쥬얼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크기는 엄지 손가락만 했습니다. 저는 올해 3월에 대학에 입학하며 자취를 시작하였고 오늘 바퀴벌레를 보기 전까지는 모기나 파리, 바나나 껍질을 잘 처리하지 못해 생긴 초파리, 하루살이를 봤었고 초파리를 제외하면 다 제가 방충망을 잘못 열어놔서 들어온, 외부에서 날아온 벌레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어디서 온건지 모를 바퀴벌레가..나타난 것입니다... 방청소를 할까 하다가 바퀴벌레가 나오면 어쩌나하고 망설이고 있습니다. 정말 무서운데...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