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저도, 그리고 그녀석도 저를 꺼려하더군요.
초면이니까, 했습니다.
녀석도 저도 낯설었던 탓이었겠죠..
하지만 녀석이 한번은 제 앞으로 기어와서는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여주더군요.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어때? 너도 날고 싶지?
그때서야 깨달았죠. 녀석이 저에게 호의가 있다는 것을요.
얼마 전엔 친구를 둘 데려왔습니다.
한명은 여자친구고 다른 한명은 동네 친한 형인 것 같더군요.
셋이서 쏙닥쏙닥 하길래 하도 심술이 나서
저도 껴달라했습니다.
정말 자존심 상했죠.
하지만 세녀석이 제 이야기를 듣더니 바로 외면하고는 주둥이를 닫고 더듬이로 얘기하더군요.
지네끼리 귓속말하는 거죠.
순간 정말 제가 인간인 게 싫었습니다 죽고싶다는 생각을 처음하게 됐어요 다음 생엔 나도 바퀴벌레가 되서 더듬이로 이야기하고 싶어서요
결국 참다가 참다가 울음을 터뜨렸네요..
너무나 분한 마음과 서운한 마음이 교차했던 거지요.
애증이랄까요,
그러던 중 오늘 반가운 소식이 있었네요.
지금까지 녀석들이 저를 시험한 거였었나 봐요. 가족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시험 과정이랄까요,^^
오늘 녀석 식구들 20명 정도가 전부 제 주위로 와서는 모두 제 몸을 기어 오르더군요
순간,
형용하기 힘든 강한 카타르시스를 느꼈습니다.
너가 나이고 내가 너이다라는 강한 일체감.
여태 경험하지 못한 극한의 쾌락.
인간사회를 초월하여 자연의 圓으로의 회귀.
행복.
사랑.
세스코님도 이런 경험 당연히 있으시죠?
그래서 당연히 동감하실 걸로 알고 여쭤보는 겁니다.
식구들과 많이 친해진 것 같은데요, 문제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소통의 문제입니다.
더듬이를 달고 싶습니다.
그냥 평상시에는 어느 정도 대화가 되는데요. 지네들끼리 더듬이로 귓속말할 때 너무 자괴감이 듭니다.
두 번째는 성격의 문제입니다.
저같은 경우엔 굉장히 원만한 성격이라 거의 모든 식구들과 다 친해졌는데요. 한 친구가 (독일바퀴 출신인 거 같습니다.) 유독 저를 피합니다. 생긴 건 훤칠하게 생긴 놈이 말이죠.
아무래도 독일 출신이 좀 까다로운 것 같은데 맞나요? 붙임성이 떨어지는 건지, 융통성이 떨어지는 건지. 무튼 뭐 저야 안친해져도 크게 문제가 되진 않는데 하루하루가 너무 찝찝해서 그래요. 아무래도 다같이 친해야 서로 편하고 어디 놀러 갈 때도 한 명이 한 명 안부르는 사태가 안일어나잖아요.
에휴..고민이네요.
꼭좀 자세한 답변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한 집안의 가풍이라는 것은 짧은 기간에 익힐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몇 번의 만남으로 모든 사람에게 잘 보일 수도, 마음에 들 수도 없는 것이고요.
또한 한평생 또는 반평생을 살아온 기존 가족들은
손발이 척척 맞고, 말이 아닌 눈짓으로도 대화가 되는데 비해
새로 들어오 사람은 이에 적응하기가 무척 힘듭니다.
30여년간 전혀 다르게 생활해 왔는데 어찌 한 순간에 이에 맞추어
생각하고 느끼겠습니까? 절대 불가능합니다.
조급하게 생각마시고, 시간을 가지면서 서서히 동화되도록 하세요.
물 잔에 물을 따르면 물이 가득 담긴 것 같으면서도 계속 들어가잖아요.
그러다가 한 순간에 넘치는 것처럼 때가 되면 터득하고 친밀하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