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ㅜ
가난한 고학생이라 마땅한 거처없이 약 1달간의 노숙생활끝에 지난달 26일 어두컴컴한 지하방을 구했습니다. 보증금없이 공납금도 없이 월세 25만원.
비슷한 조건의 다른 방들도 돌아다녀봤지만 하숙놓다가 자취방으로 바꾼 그야말로 쪽방과도 같은 방장사치들의 농간이 맘에 안들어, 방구조들은 그렇다쳐도 주인된 입장에서는 방비면 손해라고 여자들 층 빈방에 저를 넣으려고 하더군요. 주방, 화장실 다 공용인데.. 사는 학생들은 불편할지 어떨지는 안중에없고 방장사에만 혈안이 되어 대면한 얼굴엔 미소를 흠뻑 머금고 있는 아줌마들이 싫어서.. 며칠을 숙고하고..또 몇 번을 확인차 방문하고.. 그렇게 해서 결국은 이방으로 결정했더랬죠.
당시 몇 번의 재고를 했던 이유는..
우선 이방이 지하라 습하고 햇빛은 전혀 안들고 하는 이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세상에서 현대문명의 혜택을 받고 살면서도 최고로 지져분하다고 할 수 있는 후배녀석이 살던 방이라.. 그 녀석이 근 2년간 살면서 온갖 잡냄새와 떼로 찌든 방. 건물 1층 현관문을 열자마자 올라오는 매캐하고 역겨운 냄새의 주범인 방.. 거기에 더하여 가끔씩 하루밤 신세지려 올량이면 언제부터인지 태연스레 러쉬를 감행하던 큼지막한 바퀴벌레를 보면서 기겁해서 왕래를 끊었던 방...
그래서 몇 번을 숙고했었더랬죠. 방이 비었을 때 세번을 찾아와 확인했었습니다. 올때마다 서너마리씩 정찰인지, 몰래 멀티인지, 드랍인지.. 정예유닛들의 출현을 목격하고 포기했던 방인데.. 며칠후 도저히 제 형편에 맞는 방들이 구해지지가 않아 다시 찾았을 때 도배가 새로, 장판이 새로되어 있더라구요. 더욱이 6층 쥔집에서 지하까지 직접 내려오신 주인아주머니의 따뜻한 모습에 감동먹어.. 힘든 노숙생활도 얼른 청산해야겠고.. 과감히 6개월 계약했습니다. 후.. 우선 단 6개월만 살겠다는데도 해주시더군요. 이불도 주시고 윗층 다른 방에서 침대도 내려주시고..뭐 여타 등등.
아..
처음 이 방을 고민할 때 바퀴벌레 쉐리들 때문에 온라인으로 문의드린적인 있습니다. 외주형 바퀴인데다가 5평 남짓한 방인데 그 비용을 생각하면..또 뭐 어짜피 이 건물 어딘가에선 무한확장중이라 제방엔 안들어와도 옆방..또 옆방.. 또 옆방에 피해줄 것 하며.. 여러모로 생각해 봤을 때 안에 짱박혀 사는 놈들인건 아니니 서비스를 포기했었죠. 아마 네 평도 안될 이방만 3만원선 이내에서 못 들어오게끔 해주신다면야 전화했을지도 모르지만..
처음 며칠 바퀴 녀석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방안에 사는 놈은 없구나 안심이 되었습니다. 뭐 소독도 하셨다니 장판갈면서 바닥에 있던 놈들도 다 헤쳤을테구요. 근데 아무래도 밖에서 들어오는 녀석들이 생기지 않을까 싶어 취약점을 찾다가 문틈새가 보였습니다. 임기응변으로 그 곳을 박스를 길게 찢어 살짝 가려놨는데 그러다가 이틀 지나서 신발밑에 반정도 짜부된 한녀석이 있더군요. 어쩌다 기어들어온 녀석이 제 발에 밟혔었나봅니다. 그거 짚기도 더러워서 그 박스쪼가리에 얹혀 내다 버렸었죠. 그리고 이틀 지나서 청소한다고 방바닥 쓸따보니 좁쌀만한 애기바퀴 시체가 하나 있더군요.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오래전에 죽었던 녀석이 어디 틈새로 밀려나왔겠거니..게다가 반갑게도!! 개미들이 보이는 거에요. 바퀴보단 개미가 낫지..암~.
근데 또 이틀정도 후에..
3센티가량의 녀석이 보이는 거에요. 아~ 또 왜 기어들어왔어..짜증나서 때려잡진 못하고 내보낼려고 하는데 다행히도 이사짐 꾸려왔던 빈박스 안으로 지가 기어들어가더군요. 박스채 버렸습니다.
이방이 전혀 햇빛을 볼 수 없는 방이라 불끄면 암흑의 공간입니다. 어두우면 좋다고 밖에 계단 밑 어디엔가, 창고 어디엔가 버로우하고 있는 그녀석들이 기어들어올까싶어 불도 안끄고 자왔습니다. 24시간 내내 켜두었죠. 어짜피 전기세 따로 내는 것도 아니니.
그런데..
그저께 새벽에..
술에 이빠이 쩔어서.. 첨으로 불끄고 잤습니다.
이튿날 캐바퀴녀석들의 별다른 행태는 보이지 않더군요.
후후..
열흘넘게 바퀴들에게 기피의 공간이 되었으니 절대 안심했습니다.
매일같이 단 일초의 간극도 없이 환하게 불을 켜두었고 매일같이 쓸고 닦고하였고..
그리고
오늘 아침.. 밤새 인생에 대해서 수련하다가 아침에 잠들기전에 불을 껐습니다.
오후 두시가 좀 넘어 깼습니다. 일어나자마자 소변을 보러 샤워실로 같는데(변기는 없고 화장실은 1층에 공용화장실이 있어서 작은 거는 걍 샤워실에서 물틀어놓고 보거든요) 뭔가 검은 녀석이 후다닥.. 아.. 짜증이 또 다시 밀려오더군요. 저쪽 구석탱이에 가서 짱박히는 겁니다. 이녀석을 어떻게 때려잡을까 싶어지고.. 예전처럼 뜨러운물을 틀어 샤워기로 익사를 시킬려고 했는데(계약하기전에 두번째 사전답사왔을때 샤워실에 큰놈이 있길래 그렇게 처치했었거든요) 오후라..물이 식어서 그렇게 뜨거운 물이 나오지는 않더군요. 일단 뒀습니다. 한 세시간동안 볼일보고 그렇게 있는데 가서보니 그자리에 꼼짝않고 있더군요.
그러다가 이제는 잡아야겠다는 맘이 들어서 신문지를 돌돌 말았습니다. 근데 아무리봐도 신문지봉으로 후려쳤을때의 각이 안나오는 사각지대인거에요. 아 저 놈의 쉐리.. 계속 지켜보고 있으려니 꼼지락꼼지락 쉴새없이 그 기다란 더듬이를 돌려대는 그녀석과 신경전을 벌이는데 점차 혐오감이 증폭되어 왔습니다. 도저히 제 손으로 잡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굳어지고.. 처음 봤을때 서슴없이 때려잡았어야 했는데..
후배녀석을 불러야겠다 싶어서 오라고 했습니다. 이쉐리. 지금 다섯시간째 풍물연습중이라면서 안옵니다. 방중인데다가 공연을 앞두고 있는것도 아니고 지금까지 연습중이라고 둘러대는 이쉐리. 밉습니다.
ㅡㅜ
그녀석이 홀드되어 있던 곳에 옵저버를 띄웠는데 안보이더군요. 혹시나 나갔나?? 싶었는데..ㅡㅜ 샤워실 천장에 붙어있는거에요. 흰색 오슬람전구의 광선이 그녀석 등껍질에 오버랩되면서..흉찍한 모습이 선명하게 보이면서 더이상 저는 제 손으로 잡을 수 있는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몇 시간에 갇혀있던 그 녀석도 탈출을 감행해야겠다 싶었는지 더 바쁘게 안테나를 돌려대면서 조금씩 조금씩 방쪽으로 나오더군요. 결국은 방쪽 벽까지의 안착에 성공한 그 녀석이..하얀벽지에 달라붙어 있는 그모습이 오후에 봤던 그형태가 아녔습니다. 더 흉칙하고 더 크고..
신문지를 돌돌 말은채 원샷원킬을 위해 기회를 엿봤지만 그녀석을 지켜보면 지켜볼 수록 혐오감과 공포심이 배가되면서 도무지 잡을 수 없었습니다. 필사의 몸부림이었던지 아니면 저와의 오랜신경전끝에 자신감을 얻은것인지 녀석은 더 과감하게 3센티 5센티씩 움직여댔고.. 겁에질린 저는 주섬주섬 점퍼를 집어 걸친채 집을 나왔습니다..
학교에 가서 담배한대 피고 있다가..
아.. 내가 아니면 누가 잡아주냐.. 그래 내가 잡아야지.
하면서 다시 방에 왔는데.. 이녀석이 아까의 위치에 안보이고 천장을 봐도 없고.. 한발짝 더 딛었더니.. 좀전에 있던 위치에서 문까지의 반정도위치에서 후다닥 빽을 하더군요. 그녀석이.. ㅡㅜ 나갈려고 했던건지. 그냥 벽면따라 이동한건지..보면 볼수록 그녀석의 기세에 눌려 다시 문을 잠그고 나왔습니다..
후배녀석에게 와 달라닌 재촉의 문자를 보내고 자판기 커피 한잔 뽑아서 우두커니 서서 떨어지는 빗물을 바라보며 담배한대 피고.. ㅡㅜ..후배한테선 답문이 없고..
30분전에 다시 돌아왔어요..
조심스레 방문을 열고 천장부터..또 그녀석을 발견했던 벽면부터 봤는데 안보입니다. 그래서 우선 컴터 앞에 앉았는데..ㅡㅜ
침대뒤쪽, 침대밑, 샤워실, 방구석구석 확인해보기가 두렵습니다.
그녀석이 또 홀드한채 더듬이를 이리저리 굴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 과연 때려잡을 수 있을지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방에 들어온이상 잡긴 잡아야 하는데..
아..미칠것 같습니다. 아니, 사실 지금은 한 삼십여분 시간이 흘러서 좀 진정되기는 하는데 다시 그녀석이 눈에 띈다면 또 공포스러워질 것 같습니다. 세스코맨 선생님 제발 도움을 주세요...ㅡㅜ
이대론 잠도 못자겠고.. 잠자리를 위해 이불털지도 못하겠고 씻지도 못하겠고.. 첨에 봤을때 때려잡았어야 했는데..첨에 잡았어야 했는데...ㅡㅜ
과연 녀석은 다시 나간걸까요?
어짜피 이방을 제방으로 삼아 들락거리던 녀석이라면 다니던 동선이 있겠죠? 아까..첫번째 나갔다가 다시 왔을때 그녀석의 위치가.. 그 동선이었을까요? 나갈려고 했던걸까요? 그래서 나갔을까요?? ㅡㅜ
아니면 지금. 침대 밑에 프레임 안쪽에서 휴식중일까요..
그녀석이 눈에 띄면 제가 단번에 후려칠 수 있을까요?
바퀴로부턴 안심하고 있었는데.. 이게 뭔지..슬픔니다.
그리고 자신이 한심합니다..
저 잡기는 커녕 꼴도 못보는 곤충이 있어요. 거미와 사마귀.. 어렸을때의 안좋은 경험에서 기인된 건데..
바퀴쉐리들은...ㅡㅜ
사실 바퀴 첨으로 본게 5년 전 누나집이었습니다. 자그마한 애기바퀴들. 그리고 3년전 ㄱㅂ천국이라는 24시간 분식점이었습니다. 엄청 큰 날바퀴 세마리.. 그리고 자취방에 날아들어와 비틀거리던 그 친구들 한마리.. 사실 그다지 혐오스럽진 않았는데.. 이방을 통해서 각양각색의 바퀴쉐리들과 때문에 인터넷에서 찾아본 녀석들의 흉칙한 모습때문에.. 도저히 제손으로 잡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세스코맨 선생님 제발 조언을 주세요..
전 그녀석이 항상 다니던 동선을 따라서 방 밖으로 나간거였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봤을땐 나가는 길은 유일하게 문 아래 틈. 제발 나간거기를..
아..
그리고 한가지 더 질문을 드리자면 피톤치드 아시죠?
그거 바퀴 퇴치에 정말 효과가 있을까요? 제 입장에선 집내 바퀴의 박멸을 하려는게 아니라 못들어오게 혹은 이미 들어와있던 녀석들은 도망가거나 죽게하는건데.. 피톤치드 그거 좀 끌리더라구요. 바퀴퇴치를 위해 계속 인터넷 뒤지다가 스멜론이라는 회사에서 겔형태의 제품이 있던데 바퀴방충도 되고 공기정화도 되고 한다길래 공기중 유해먼지, 세균도 없애고.. 이방와서 몸이 근질근질하고 코도 아프고 툭하면 재채기 나오고 해서..살까 고민하는 중이에요..
정말 두서없이 장문의 글을 올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지금 23시가 넘었는데..실시간으로 조언가능하게 모니터링중이시길 간절히 바라며..
부디.
우선은 노숙생활을 청산한 것을 축하드리겠습니다. *^^*
벽지와 장판까지 새로 되었다면 거의 새집과 다름이 없겠네요. ^^;
24시간 불을 켜두신다고 하셨는데,
이 방법이 좋다 나쁘다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바퀴의 본래 습성은 야간활동성으로 어두운 이후에 주로 활동하지만,
고객님 방에 24시간 불이 켜져 있다면, 어느 정도 후에는
바퀴들이 "이 방에는 항상 불이 켜져 있어" 라고 적응을 해버립니다.
하지만 다른 이웃방들이 주기적으로 불을 켜고 끄고 한다면 아무래도
그쪽으로 침입할 가능성도 있지요.
전등을 켜놓는 것은 잘 판단해서 실시하시기 바랍니다.
샤워실은 개별로 되어 있나 봐요.
그렇다면 샤워실에 있는 배수구를 막아 보세요.
촘촘한 철망을 구해서 배수구 망을 바꾸는 방법도 있고요.
걸레에 물을 묻혀서 2~3번 접은 후 배수구에 놓아 막을 수 있게끔 하는 것이죠.
샤워실 배수구를 통해서 바퀴가 올라오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또한 현재 방에서 문제가 되는 곳은 현재 출입문 하단이군요.
마트에 가시면 출입문 하단틈새를 막는 제품이 나와 있으니 우선 활용하시고요.
출입문 주변에 바퀴끈끈이를 놓아 두어
침입시 즉시 포획이 되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또한 이사와 관계되어 준비했던 박스류는 반드시 외부로 배출하세요.
중요한 것은 바퀴가 침입하더라도 은신,서식할만한 곳이 없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깨끗한 청소와 음식물관리 등이 수반되어야 겠죠.
마지막으로
피톤치드는 바퀴벌레 기피효과를 나타내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