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의 항소이유서
우리가 해충이라고? 우릴 실험대상으로, 의약품으로 쓸 때는 언제고, 심지어 잡아먹기까지 하면서 어떻게 우릴 이렇게 대접할 수 있지?
우릴 볼 때마다 혐오스러워하는 이유는 또 뭐야? 아니, 혐오스럽다면서 영화나 음악은 물론이고 TV 드라마, 심지어 문학작품에까지 출연시키는 이유는 뭔데?
우리가 더럽다고? 턱도 없는 소리! 우리가 몸 가꾸는 데 얼마나 많은 공을 들이는데…….
평소에 늘 고양이처럼 다리와 더듬이를 항상 깨끗하게 핥는 우리에게 인간들은 그런 말 할 자격 있어? 겉으로만 깨끗한 척하는 인간이란 족속들!
그런데도, 우릴 볼 때마다 괴성부터 지르고 전화번호부를 집어드는 이유가 도대체 뭐야?
-뒷표지글에서
바퀴벌레에 관한 백과사전이자, 바퀴벌레를 위한 유쾌한 변론!
따뜻하고 습한 곳을 좋아하는 그들은 초여름 장마철에 엄청난 기세로 창궐한다. 한 마리의 바퀴벌레가 4천5백만 마리로 자기 분열하는 엄청난 기세로! 정말 짜증나는, 지구에서 영원히 추방해야 할 해충 중의 해충! 하지만 핵전쟁이 일어나 인류가 멸망해도 결코 멸종하지 않고 끈덕지게 버틸 만큼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바퀴벌레.
그러나 저자 데이비드 조지 고든은 바퀴벌레를 해충이라고만 단정 지을 순 없다고 주장한다. 바퀴벌레는 인간을 위해 실험 대상이나 의약품의 원료, 심지어는 인간과 동물의 먹이와 애완동물로도 각광받는 이로운 곤충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바퀴벌레를 보거나 떠올리면 ‘혐오스러움’을 느끼는 것도 오랜 타성일 뿐이다. 사실 바퀴벌레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누려온 문화 속에서 알게 모르게 주요한 소재로 자리잡아왔다. 흥행을 거둔 영화 <조의 바퀴벌레>나 카프카의 변신 등 영화, 음악, TV 드라마, 심지어 문학작품에 이르기까지 바퀴벌레는 각 장르에서 놀라운 활약상을 보였던 것이다. 끝으로, ‘바퀴벌레=더럽다’는 등식은 인간이 바퀴벌레에 대해 가지고 있는 오만과 편견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예다. 실제로 바퀴벌레는 평소에 늘 몸단장에 신경 쓰는 매우 청결한 곤충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 책은 바퀴벌레를 벗 삼아 살고 있는 곤충 전문가가 쓴, 바퀴벌레에 관한 백과사전이자, 바퀴벌레를 위한 유쾌한 변론이다. 바퀴벌레에 대한 생물학 기초 상식과 그들의 출생, 먹이, 섹스, 죽음을 다루고, 바퀴벌레가 인류와 만나 함께 엮어낸 다양한 문화는 물론이고 바퀴벌레를 퇴치하는 온갖 방법들까지도 함께 엮었다.
<이 책의 기획 의도>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바퀴벌레에 대해 다룬 책은 기껏해야 곤충도감의 한 꼭지 수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매년 여름마다 들끓는 바퀴벌레들 때문에 온갖 신무기를 개발하다 못해 전문 방제업체까지 호황을 누리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생각하면, 이 징글징글한 이웃을 전문적으로 다룬 책이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의아할 지경이다. 이 책 바퀴벌레는 ‘모두가 알고 있다고 여기지만, 실은 아무도 모르는’ 우리의 그릇된 편견을 새삼 일깨워줄 수 있을 것이다.
<바퀴벌레에 얽힌 몇 가지 이야기>
우리집의 바퀴벌레 감염 지수는?
5점을 최악의 점수라고 할 때, 대략 만 마리 이상의 바퀴벌레가 서식하고 있는 집의 바퀴벌레 감염 지수는 2.5점이다. 매일 아침 샤워 커튼에서 바퀴벌레 유충을 털어내야만 할 정도라면 3점을 부여받게 되는데, 이 정도라면 집안에 서식하는 바퀴벌레 수가 6만 마리에서 10만 마리에 달한다고 볼 수 있다. 감염 지수가 최악의 5점인 경우는 “방으로 걸어 들어갔을 때, 수천 마리의 바퀴벌레가 눈에 띄고, 수십만 마리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는 상태”다. 박사는 최악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몇 군데에서 목격한 적이 있다고 하였다.
-댈러스 모닝뉴스에 언급된 프리시맨 박사의 감염 지수 계산법
바퀴벌레, 절대로 이렇게는 잡지 마세요
한 이스라엘 주부가 고집 센 바퀴벌레 한 마리와 벌인 전투로 인해, 남편이 심한 화상과 골반 및 늑골이 파열되는 부상을 입고서 병원에 입원했다. 이 전투는 그녀가 거실에서 바퀴벌레 한 마리를 잡으면서 시작되었다. 그녀는 바퀴벌레를 잡아 변기 속에 집어넣고, 분무 살충제 한 통을 모두 쏘아댔다. 그런데 그녀의 남편이 직장에서 돌아와 불이 채 꺼지지 않은 담배꽁초를 변기 속에 던져넣는 바람에, 살충제 증기에 불이 붙어 ‘민감한 부분’에 심각한 화상을 입었다. 사건의 전말을 듣고 포복절도하며 웃어대다 계단에서 들것을 놓쳐버린 앰뷸런스 구조요원 때문에,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그 남편은 훨씬 심한 부상을 입게 되었다.
-1988년 8월 25일『예루살렘 포스트』지 기사
법정에 출두한 바퀴벌레
1970년 조지아 주의 항소심 법정은 스터키 캐리지 인에 투숙했던 한 손님의 증언을 재조사하고 있었다. 허벅지 위를 기어오르는 바퀴벌레를 떨쳐버리려고 몸부림치다가 그 손님은 침대 덮개와 뒤얽혀 의자 위로 넘어졌던 것이다. 여관 주인은 설혹 침대 덮개가 잘 정돈되어 있지 않았더라도 손님도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으므로 얼마든지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정은 이를 기각했다. 그리고 “바퀴벌레의 발톱이 그녀의 피부를 스치며 허벅지를 기어오를 때, 그녀가 받은 스트레스는 손님으로서 당연히 보상받아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적절한 보상을 할 것을 판결하였다.
--------------------------------------------------------------------------------
☞ 저자 소개
지은이 데이비드 조지 고든(David George Gordon)은 북미의 야생동물과 야생지역에 관해 9권의 책을 쓴 저자다. 그는 워싱턴 주의 포인트 디피언스 동물원과 수족관에서, 그리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시카고 셰드 수족관 등에서 관리직 생물학자로 근무했다. 한때 데이비드는 자신이 기억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바퀴벌레들과 아파트를 함께 쓴 적도 있었다. 현재 그는 위싱턴 주의 포트 타운센트에서 꽤 여러 마리의 마다가스카르 휘파람바퀴벌레들과 함께 살고 있다.
옮긴이 문명진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이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4년과 2001년에는 각기 2년간 미국 뉴햄프셔 주립대학 동물학과에서 연구교수로 근무했다. 곤충에 관한 1백여 편의 논문과 일반곤충학, 발생생물학, 현대생물학개론 등을 저술했다. 현재 단국대학교 첨단과학부 생물학 전공 주임교수, 한국동물학회 이사, 한국곤충학회 총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