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름 늦은 밤 산사(山寺)에서.
매일 밤마다 발을 간지르는 "무엇" 때문에 잠에서 깼습니다.
그래서 불을 켜고 살펴보니 적막한 창문 밖에는
귀뚜라미 울음만 들렸을 뿐입니다.
물론 창틈 곳곳을 막아놓아 그야말로 쥐도새도 모르게
들어 올 수 있는 해충따윈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 덕에 새벽 예불을 제 시간에 할 수 있었으므로
그 "무엇"이 무엇이든 관계없다고 여겼습니다.
그렇게 절생활이 몸에 익어갈 무렵.
소나무에 걸렸던 햇빛이 낮잠 자는 제 얼굴을 비췄습니다.
약간 더운 느낌이 들어 창문을 활짝 열어 제쳤습니다.
그때, 노오란 햇빛 분말을 뿌리며 창밖으로 날아가는
한 마리 나방을 보았습니다.
그 나방은 장롱 틈바구니에 숨어 있다 모처럼 열린 창을
통해 날아가 버렸습니다.
"무엇"은 바로 나방의 애벌래였던 것입니다.
문득 뭇생명이란 아무리 하찮은 존재라도
바로 저 순간을 위해 존재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음 날, 저는 창문틈에 막아 놓은 테이프를 뜯어 버렸습니다.
그리곤 으슥한 밤이면 촛불 하나 켜들고
저를 찾아 날아올 지 모르는 나방을 기다렸습니다.
비록 나방은 모이지 않고 모기 따위가 날아들었으나
개의치 않았습니다.
우리가 작은 피해를 입는 저 해충들을
완전 박멸한다면 우리가 더 큰 피해를 입지 않을까 하고
걱정스러웠기 때문이입니다.
덧붙임.
해충 완전박멸을 위해 애쓰시는 세스코의 임직원 여러분.
일반 가정에서도 키울 만한 애완곤충을 소개하는 란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겉보기에 더럽거나 흉하더라도 인간에겐 무해한
그런 곤충과 함께 사는 법을 배운다면
좀더 밝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될 것입니다.
[20051014-19-18 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