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9평짜리 원룸에 살고 있는 여대생 입니다.
혼자 산지도 오래되고, 약간 결벽증도 있는 편이라 집안에서 지금껏 벌레가 목격된 적도 없고, 알이라든지 뭐 그 비슷한 것도 없었는데요.
오늘 아주 충격적인 걸 목격하고야 말았습니다.
저는 작은 베란다에 쓰레기 봉투를 놓고 쓰레기를 버리는데요. 그곳이 통풍도 잘되고 서늘해서 냄새도 안나고 좋았습니다. 늘 그렇게 있어서 괜찮았는데 오늘 또 쓰레기를 버리려고 봉투를 드니까 그 밑에 한가득 왠 깨가 쏟아져 있는게 아니겠습니까;; 저는 음식물 봉투는 집안에 두지 않고 분리수거도 철저히 하는 편이라 이상해서 자세히 보니까 그건 깨가 아니라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번데기더군요. 그녀석 얼핏 보면 꼭 깨같은데 깨보다는 좀 작고 갈색빛을 띄고 있었어요. 그런데 문제는 그녀석들 모두 텅텅 비어있었다는 거죠. 마지막 도주범을 체포하였으나 워낙에 흔하게 생긴 애벌레라 뭔지 정체를 알 수가 없습니다. 제가 어릴적 시골에 살아서 구더기를 많이 봤는데 그거랑 좀 다르게 생겼어요. 좀 더 가늘고 작고 약간 투명한 흰색이었죠. 꾸물럭꾸물럭 도주하다 잡히니까 노려보더군요; 그러니까 제가 보기엔 꼭 눈이 있는 것 같았어요. 이녀석 정체가 대체 뭘까요?
전 그 텅빈 번데기들을 보며 아연실색 했어요. 이게 다 비었다면 집안 어딘가를 이 도주범의 동지들이 헤집고 다닐테니 이를 어쩌면 좋단 말입니까? 당장에 세스코에 전화를 걸었지만 상냥한 상담원 언니는 단번에 구더기라고 단정 지으시더니 그건 서비스 되지 않는다며 상냥한 목소리에 어울리지 않게 매정하게 끊으시더군요. 세스코만 믿고 있었는데 이제 어쩌죠?
으어어-
그녀석들이 활보할 생각에 집에 앉아 있기도 싫습니다.
그녀석들의 정체 좀 밝혀 주시고.. 정말로 이건 방역이 안되나요? ;ㅁ;/
참고로 덧붙이자면 그녀석들(번데기로 추정되는 것들) 뭉쳐있지 않고 그냥 한곳에 흩어져 있었어요. 가루같은 것도 안날리고 크게 갈라져 있었던 것도 아니라 치우려고 하다가 부서져서 빈 껍데기인줄 알게 됐어요. 그리고 쓰레기 봉투가 높고 그 안에서 흘러 나온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제발 불쌍한 이 자취생을 도와주세요-- (흑흑)
깨가 아닌 번데기... 그건 파리 번데기죠.
좀 가능고 작고 투명하다면 바로 알에서 깨어난 녀석일 가능성이 큽니다.
쓰레기나 부폐한 곳에 알을 낳는 녀석은 파리외엔 없답니다.
혹시 화랑곡 나방이 쌀 주위에 알을 낳아 부화 했을지도 모르겠군요.
현재 세스코에서는 바퀴벌레, 개미, 진드기, 먼지다듬이, 쥐 만 가정집에 서비스 하고 산업체와 소규모는 모든 해충을 하고 있습니다.
우선 파리의 부화는 12시간 내에 이루어 지게 되므로 음식물은 12시간내에 냉장보과 혹은 집 밖으로 배출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