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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코의 궁금한 부분을 상세히 답변드리겠습니다.
세스코맨님께.
  • 작성자 7층의...
  • 작성일 2004.12.02
  • 문의구분 기타문의

안녕하세요 세스코맨님.

추운 날씨에 수고가 많으십니다.

제 소개부터 간략히 드리자면

서울시 용산구 동부이촌동 모 아파트 7층에 서식하는

바퀴벌레입니다. (우리들 세계에선 서로를 바퀴라고

부르진 않습니다. 그건 사람이 붙힌 이름이지요.)

다름이 아니오라 세스코측에선 야생 바퀴는

건들지 않되, 집안에서 사람과 더불어 사는

바퀴들을 사람과의 동의하에 사람의 돈을 받고

저희를 몰살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살아가신다기에

세상에서 그 무엇보다 가장 소중한 제 생명의

안전을 위해 이 글을 올립니다.

바쁘시더라도 잠시간 뜸을 내어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다면 정말 고맙겠습니다.

우선 저희 곤충은 사람에게 어떠한 악의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우리가 인간과 더불어 인간의 집에서 함께

사는 이유는 우리 부모님과 할머님 할아버님

그리고 할아버님의 아버지 그 위의 조상님들까지

헤아릴 수 없는 시간동안 인간과 함께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이 곳에는 이미 우리 조상님들의

숨결과 전통이 깃들어 있습니다.

우리의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인간에게 음식을

구걸했을 뿐 (그러나 이런 짓을 도둑질, 약탈이라고

보신다면 할 말은 없습니다)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거나

해를 끼친 적은 없습니다. 일부 몰지각한 바퀴들이

간혹 날 뛴 적은 있을지 몰라도요.

우리가 인간의 음식을 얻어 먹기 위해

그들 앞에 무릎을 꿇고 밥 좀 주십시오

하고 말을 걸 정도로 우리는 발전되 있지 못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그들의 시선이 잠시 음식에게서

사라진 틈을 타 냉큼 몇 조각을 입에 넣고

쏜살같이 도망쳐오는 아주 위태로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한번 묻고 싶습니다. 왜 우리를

싫어하는지. 단지 우리가 그들의 눈에 불결하고

괴상한 아주 끔찍한 모습을 하고 있기에 그런것인가요?

그런 것이라면 그것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겁니다.

인간의 외모 지상 주의일 뿐이지요.

저희는 오랫동안 사람의 집에서 살아왔기에

사람의 집에서 생존하는 습성을 갖고 태어났습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당장 나무와 잔디 그리고 낯선

또 다른 곤충과 동물이 함께 사는 자연으로 간다면

우리는 곧 멸망하고 말겁니다. 멸망하지 않더라도

그 곳에 자리를 잡고 생존 방법을 터득하기 위해선

많은 희생과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요즘 같아선 어린 아기들부터 나이든 노인네들까지

집안에 바퀴 한 두 마리 정도 기어다니는 광경은

한번 쯤 보았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저희는

인간과 같이 있다는 증거이며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라고 그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싶습니다.

그들더러 우리를 길러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아파트 화단에 심어진 꽃, 그걸 보아도 그냥

대수롭지 않게 지나치듯 그렇게 봐달라는 말입니다.

우리를 그 꽃이라고 한다면, 꽃에게 물을 주고

가꾸어 주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생존하는 자립심을 이미 키워냈으니까요.

사람은 애초에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지 않는다면

살 수 없는 존재입니다. 아무리 사람 하나 하나의

마음속에 개인의 안위를 생각하는 마음이 극한까지

치달아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하다고 해도

실제로 그들의 삶이 얼마나 많은 부분 타인과 자연에

의존하고 있는지 잘 아실 겁니다. 우리 또한

인간이 없다면 생존해 나갈 수 없을겁니다.

그들이 먹고 버린 찌꺼기가 없고, 그들이 사놓은

냉장고의 히터가 돌아가지 못한다면 우리 또한

사라져버리고 말테이죠. 이미 우리 인간과 저희는

서로를 천적으로 생각한다 해도 떼어놓을래야 떼어

놓지 못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우리는 결코 인간에게 어떤

악의를 갖고 있지 않으며 평화를 원합니다.

우리는 단지 그들이 하찮게 여기는 빵부스러기 한 조각

정도면 충분히 살아갈 수 있는 존재들이거든요.

위에서도 말했다시피 간혹 정신이 나간 미친

바퀴 한 두마리가 분위기를 흐릴 지언정

(그건 인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들 중에서도

간혹가다 정신이 나간 인간이 한 둘 쯤 있지

않습니까)

집단적인 의미에서 우리는 결코 인간에게 악감정이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생명도 보장받아야 하는 고귀한

것임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세스코님들께는 죄송스럽지만 부디

우리를 죽여서 먹고 사는 일 보다는

좀 더 자연친화적인 일로써 살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님들의 결정을 묵묵히 기다리도록 하지요.

님들과 사람들의 생각에 저희의 운명이

달려있습니다. 저희를 무참히 짓밟으시겠습니까

아니면 자유와 평화를 주시겠습니까.

그건 사람들의 본성에 맡기겠습니다.

허나, 끝내 저희를 없애기로 결정하신대도

저희는 생명을 유지하려는 본성에 의해

살아남을 것입니다.

안녕하세요. 세스코입니다.

어쩌면 바퀴가 살아온 지구에 잠시 공룡이 나타나더니...

다시 사람이 나타나 주인 행세를 하다가 가는...

잠깐 이 지구를 빌려 쓰는 인간이 아닐까요?
















그런데...

아직도 바퀴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신지 몰랐습니다.

병원에 한번 가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답변일 2004.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