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도 아프고 우울한 날입니다.
기분전환삼아 이곳을 방문하게 되었죠.
가끔 황당한 질문과 재치만점의 답변이 있어 웃음이 나거든요.
몇번 웃고 나니 기분이 좀 나아졌습니다.
그래서 저두 보답을 해드리고자 에피소드 세편을 이곳에 올립니다.
예전에 친구들이 있는 카페에 게시했던 글이에요.
해충박멸에 혼신을 다 하시느라 한가할 틈이 없겠지만 혹시나 심심해지시
면 재미삼아 읽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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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년 8월의 첫번째 이야기 -
잠실로 이사온지 어언 두달이 되어 간다.
내가 얻은 원룸은 신축은 아니지만 비교적 깨끗한 편이다. 근데 이사
오면서 자꾸 눈에 거슬리는 것이 있었는데...그거슨 컴배트. 바퀴벌레를
잡기 위해 벽이나 바닥 구석 등등에 붙여두는 것이다.
대체 바퀴벌레가 어딨다고 저런걸 붙여놨으까...
근 두달동안 난 바퀴벌레 구경도 못했다. 그래서 전에 살던 사람이
하도 지저분하게 집을 써서 그랬었나보다..라고 나 스스로를 안심시키기
까지 했다.
그.런.데.
오늘 아침..그렇쟎아도 회사에 늦어 정신없이 씻고 나와 콘텍트렌즈를
끼려는 순간 뭔가가 스윽~하고 지나가는게... ㅡㅡ;;;;; 순간 불길한
예감이....
렌즈 없인 목욕탕에서 엄마도 못찾을정도의 눈이라 어여어여 렌즈부터
꼈다. 그리고..
그것의 정체를 확인하는 순간...난 하늘이 무너지는 걸 느꼈다.
"으아아아아아악~~~~!!!!"
그렇다. 그것은 바퀴벌레였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바퀴벌레, 세상에서 가장 징그러운 바퀴벌레...
난 귀신보다도 바퀴벌레가 더 무섭다.
두달만에 발견한 바퀴벌레...갑자기 어느 광고가 생각나더군.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바퀴벌레가 없을까요?" 내가 미쳐미쳐...
어디서 나왔을까...
싱크대 뒤에 숨어 잇었을까...현관문을 통해서 들어온 걸까...ㅠ.ㅠ
오늘은 집에 가면 잠 자기 글렀다. 약 한통을 다 뿌려서라도 오늘 아침의
그녀석을 꼭 잡고야 말 테야.
아...갑자기 이 집이 싫어진다. "나 다시 이사갈래...!!!!!!" ㅜ.ㅜ
- 2003년 8월의 두번째 이야기 -
퇴근길...난 도저히 집에 들어갈 용기가 나질 않아따.
아침에 목격한 그녀석 때문이어따.
집에 들어가기 전에 약국엘 가서 다급하게 건넨 한마디.
"레..레이드 주세요!!!!"
난 정말 비장한 마음으로 현관 앞에 섰다. 심호흡 한번 크게 하고...
"휴~~~"
그리고서 열쇠를 꽂아 조심스럽게 돌렸다.
찰칵. 갑자기 가슴이 두근두근...
맨인블랙에 나오는 바퀴벌레 괴물이라도 내 방을 점령하고 있을 듯한
기분이 들어따.
98년도에 광주에 있는 친구 이모님 댁에 한달간 살던 악몽같은 시간이
갑자기 떠올랐다.
단층짜리 양옥집이었던 그 곳은 내부가 죄다 나무로 되어 있는...겉보기엔
아담하고 참 멋진 집이여따. 그런데......................
그 집에 간 첫날 이모님께 인사하는데 뭔가가 뽈뽈뽈~~
흐억~! 그거슨 바퀴벌레여따. 대낮에...것두 사람이 있는데....
그 순간 이미 난 그 곳에 간걸 후회하기 시작하고 있어따. 휴학을 하고선
짭짤한 아르바이트가 있어서 친구랑 함께 하기 위해 광주까지 갔고,
기꺼이 거처할 곳을 내주시는 어르신들이 한없이 감사했건만...이...이건
아니어따. 바퀴벌레라니...!!!!!!
그곳은.... 바퀴벌레의 천국이어따.
연세가 많으신(울 할머니 할아버지 연배) 이모님과 숙부님은 바퀴벌레에
대해 별~~반응이 없으신 분들이어따.
그곳에 있는 한달간 난 레이드를 무려 네 통이나 써야 했고, 친구랑 함께
생활하는 방을 하루에도 몇번씩 청소하고 닦고...깨끗하면 안나올거샤...
안나올거샤...
불을 끄고 잠자리 누웠을 때...뭔가 꺼림찍하고 불쾌한 기분...왠지 모르
게 몸이 근질근질하고..
그러다 불을 켜보면 천정 아님 벽에 여지없이 바퀴벌레가 붙어서 날 노려보
고 있었다.
그리하여...그곳에서 생활하는 근 한달동안...난 하루에 세시간 이상을 자
본 적이 없고 (상상이 가남...눈 벌겋게 충혈되서 레이드 들고 앉아있는 모
습..) 한달이 지난 후 집으로 돌아왔을 때 난 무려 5킬로그램이나 빠져서
창백해져 있는 상태였다. 스판쫄바지가 통바지가 될 정도여따.
간만에 만난 학교 선배는 내가 알바 하느라 고생해서 그리 된 줄 알고
무쟈게...무쟈게...
가슴아파해따.
(술한잔 걸치며 살빠진 이유를 설명했더니 아주 뒹굴더구만~ㅡㅡ;;;)
잠시 옛추억을 더듬던 나는 다시 현실로 돌아와 현관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곤 재빨리 주변을 살폈다.
내가 오는 소리를 듣고 숨은 거겠지..
어디선가 숨어서 날 노려보고 있을 그녀석을 생각하니 갑자기 온몸에
두드러기가 솟는 듯 해따.
일단 나는 집안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결벽증 걸린 사람처럼
구석구석 청소만 몇시간동안 해따. 걸레 락스물에 푸~~~욱 담궈서.
집안이 윤이 날 정도로 깨끗해진 후...
약국에서 구입해 온 레이드를 꺼내 꼬옥 쥐었다. 마치..내가 죽느냐 사느
냐 하는것이 모두 그 빨간 통에 달려 있다는 듯....비장한 표정으로.
그리구선 냉장고 뒤. 싱크대 구석, 신발장 뒤...마구마구 뿌려대기 시작해
따. 약을 거의 절반정도는 뿌렸을 즈음...
이건...바퀴벌레 잡기 전에...내가 질식해 죽을 것만 같아따...
갑자기 정신이 혼미해지는거시...윽....나의 죽음을...바퀴벌레에게...
알리지...말...라.....
대체 어딨는걸까...구석에 있는 녀석이 약을 뿌리니 거기서 발버둥치다
죽었을까...
그..그럼...바퀴벌레 시체가 어딘가에 있다는거야???????ㅡㅡ;;;;;;
방 한가운데 멍~하니 서있다가 아침에 그녀석을 놓친 곳이 생각이 났다.
냉장고 위에 있는 커피 바구니.
조심스럽게 다가가 손끝으로 살짝 잡고...하나..둘...셋!
없었다. 안심 반 실망 반...
그런데 이상하게도 뭔가 개운치 않은 느낌. 자꾸 그 바구니가 마음에 걸렸
다.
자고로 바퀴벌레는 얍삽한 녀석이라고 해따.
공룡은 멸종했지만 끝까지 살아남은 녀석이 아니던가.
다시 바구니를 살짝 들어올렸다가...바닥에 툭! 쳤다.
앗! 그순간 떨어져 나온 녀석! 바구니 틈새에 딱 달라붙어 있다가 충격에
떨어져 나온 거시다.
비열한 녀석같으니라구..
녀석에 대한 공포심은 그 순간 증오심으로 가득차 손에 들고 있는 레이드
를 사정없이 뿌렸다.
바닥으로 떨어진 녀석은 괴로움에 몸부림치더니 몇초가 지나자 잠잠해졌다.
하지만 이미 한번 속았던 나는 안심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라이터를 가지고 와 화력을 가장 센 곳에 두고 약에 흠뻑 젖은 바퀴벌레를
향해 불을 켰따. 바닥이 타건 안 타건 그건 그리 중요한게 아니어따.
난 .... 녀석을 ...꼭 확인사살해야만 해따.
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보며 ... 희열감을 느낄 수가 있었다.
씨--------익.
어떤 넘이든 내 집에 들어오기만 해바. 다 저렇게 만들어 버릴거야!!!!!!!
녀석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나는...
정말 행복하게 잠을 이룰 수 있었따. 비록 레이드 냄새에 취해서 내가 다음
날 아침 일어나지 못한다 해도...잠드는 그 순간만큼은...
너무나도 행복해따.ㅡㅡv
= 2004년 7월 어느날 =
이사한지 이제 2주가 되어가는군.
익숙치 못한 곳, 익숙치 못한 가구배치, 익숙치 못한 환경..
내가 정말 나이먹은걸 느끼는 건
그런 익숙치 못한것에대해 익숙하지 못하다는 거야.
이런~아직 20대가 이런 소리를! ㅎㅎ;;
어쨌든.
새로 구한집은 전에 살던 곳보다 거의 두배에 가깝게 넓은데다가
새집이라 깨끗하고, 전철역과 가까워서 좋고 무엇보다도 잠실집보다 집세가
절반정도로 확 줄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 가족들하고도 좀 가까워져서
엄마가 차려주는 밥도 먹을 수 있게 되었구 말야.
근데 뭐 좋은것만 있겠어?
출근하는데 한시간이 넘게 걸리니 죽을맛이야. 두시간씩 걸려 다니던 때도
있었다만 일년동안 엎어지면 코닿을 거리에서 다니다가 갑자기 멀리 다니려
니 내 몸이 적응을 못하는 듯 해. 잠도 더 많이 자는 편인데도 늘 얼굴에
피곤이라고 써있어.
번화가에서 약간 들어간 쪽이긴 한데 그래도 길쪽에 있는 집이라서 그런지
창문 열어두면 시끄럽더군. 창을 닫으면 방음이 잘 되는 것 같긴 한데 ,
여름에 그랬다간 질식해 죽을지도...-_-
이 집에 와서 가장 커다란 골칫거리는 바로 새집증후군..
TV에서 하도 떠들어대서 니들도 머 다 알테지.
리모델링을 한 집이라서 새로 지은 거나 거의 다름 없는데
벽지, 바닥, 페인트, 새 가구...아무리 창을 열고 환기를 해도
소용이 없더라구.
머리 어지럽고, 속 울렁거리고, 계속 배탈만 나구, 피부 따끔거리고..
이러다 내가 죽지..싶더라.
그래서 하루종일 보일러 최고온도로 올려서 돌려도 보고(여름에 미친짓이
지..;;), 공기정화기능이 있는 식물도 가져다 놓고,하루종일 후드 틀어두
기도 하고, 촛불 켜두기도 하고, 공기청정제 하루종일 뿌리고...
매일매일 이런저런 방법을 써보니 지금은 그나마 한결 나아.
적어도 자면서 나..이대로 죽는구나...라는 생각은 안할 정도가 되었지.
이제 바퀴벌레 얘기를 해볼까?
니들도 이미 알고 있을 테지만..
나 바퀴벌레에게 공포심까지 느낄 정도로 싫어하고 무서워 하지.
작년에 잠실집에서 있었던 에피소드 기억 나지?
집에 잠입한 바퀴벌레 한마리 잡겠다고 내가 죽을 뻔 했지 아마? ㅋㅋㅋ
그 후로도 집을 사수하기 위해 레이드 사서 현관문에 매일매일 뿌렸드랬지.
이사 문제로 한참 바쁘던 때....
그때 내가 현관문 사수에 소홀했던 게야.
퇴근하고 집에 와서 냉장고 문을 열려는데.....열려는데........열...려...
는...데....(울먹)
아 글쎄 새까맣고 커다란 바퀴벌레 한마리가
냉장고 상판 사이로 바둥거리면서 쏘~옥 들어가버리는 거야!!!!!!
파랗게 질려서 아무 생각도 못하고 있다가 급하게 레이드를 찾았지.
하지만 그러면 뭐해. 안으로 들어가버린 녀석 잡을 수가 없쟎아.
그렇다고 냉장고를 분해할 수도 없고.
흔들어도 보고, 두들겨도 봤지만 소용없더군.
언젠간..나오겠지....나올거야....
그렇게 이사를 하게 되었어.
이사를 하고 나서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아직 이 안에 있을까..?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지.
그러다 며칠 전,
그녀석을 발견하게 된거야!
출근준비하느라 부산거리며 돌아다니다가
책상 밑에서 녀석이 뒤집혀진채로 힘없이 바둥거리는걸
목격하게 된거야.
녀석...그새 많이 컸더군...;;;;
일단은 바퀴벌레에 대한 공포심에 비명 한번 질러주고...
근데 황당하더라구.
나 아무짓도 안했는데
녀석 뒤로 뒤집어져서는 바둥거려. 것두 생기가 넘치는게 아니라
꾸물~꾸물~
그런 녀석에게 레이드 뿌려서 조금의 미동도 없을 때까지 기다렸지.
"화형시켜야해...화형시켜야해...화형..화형....." 중얼거리면서...
그런 내 모습을 기가 막히다는 듯 바라보던 울 마누라 (새집 구경하러
왔던 내 친구)
한숨 푹...쉬더니 "화형은 화장실 가서 해라...."
역시 바퀴벌레 화형식은 내게 말못할 희열감을 느끼게 하지.
며칠동안 계속 내 마음속 불안요소였던 냉장고속 바퀴벌레를 처리하고
나니 그야말로 날아갈 듯한 기분!
근데 회사에서두 도대체 왜 그녀석이 그런 곳에서 발라당 뒤집어져 죽어가
고 있었냐는 생각에 일이 도통 손에 잡히질 않는거야.
수명이 다해서?
먹을게 없어서? (-_-;;먹을게 없긴 없지..)
근데 가만 생각해보니...
냉장고 위치가 싱크대와 벽장 사이인데
그쪽이 페인트냄새며 새 싱크대 냄새로 가장 지독한 곳이거든.
음...
나야 뭐 침대가 창문에 바짝 붙어있으니 그덕에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녀석은 환기도 안되는 좁은 공간에서...결국 견디지 못한게 아닐까 하는...
머 믿거나 말거나~~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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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에 대한 공포심이 이젠 증오심으로까지 발전한 듯 하죠? ㅋㅋ
아직도 그 녀석이 왜 그곳에 뒤집혀져 있었는지 의문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 후론 바퀴벌레를 한마리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어딘가에 알을 놓고
죽은 것 같진 않아요. 뭐...물론 장담할 순 없지만요. ^^; 아마도 그렇게
믿고 싶은거겠죠?
바퀴벌레에 대한 공포심을 없애기 위해 세스코에 취직해보라는 친구들도
있었어요. 정말 심각하게 고민해 본적도 있지만...음...여자두 뽑나요?^^;
어쨌든 기나긴 글 읽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아~이런 사람도 있구나~하고 재미삼아 읽으셨길.
그럼 수고하세요~(__)
안녕하세요. 세스코입니다.
긴 글이지만 좋았습니다.
세스코 우먼도 있지요. ^^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관심을 가져 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