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3년 정도 사귀어온 여자친구가 있습니다.
(군대 780일 포함)
사귄지 2달만에 군대를 갔고...
얼마전까지도 사귀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집 사정이 그렇게 좋지가 않습니다.
아버지가 병중이라 돈도 없고, 제가 장남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집안의 대소사에 잔신경이 많이 갑니다.
여친은 그게 싫었던 모양입니다.
마마보이라고 하기도 하고...
(마마보이는 어머니의 뜻에 무조건 따르는 거 아닌가요?
전 어머니의 뜻을 존중하는거라 생각하는데...)
아무튼 어머니때문에 여친이랑 많이 싸웠습니다.
사귄지 2달 만에 군대를 간겄도 여친은 저희 어머니가 군대 일찍
다녀오라고 얘기했기때문에 마마보이라서 간거랍니다.
자기를 생각했다면 더 늦게 갈수도 있었고, 연애 초기에 연인들이 누리는
행복같은것도 누렸을 것이라고...
전 그냥 빨리 가는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간건데...
이건 제 생각이 짧았을수도 있었던것 같습니다.
그런데 일찍가는 바람에 그런것도 없다고...
그리고 여친은 제가 자기 생각을 별로 하는것 같지 않다고 합니다.
그저 모든게 사귀니까 하는 의무적인 행동으로 보인답니다.
전 경상도 남자라서 그런지 몰라도 표현을 잘 안합니다.
못하기도 하구요.
그래서 사랑하는 것에 대한 표현을 120% 보여주지 못합니다.
아니...오히려 마음의 절반도 보여주지 못할지도 모르지요.
여친은 모를겁니다.
군시절에도 무슨일 있다 그러면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상황 때문에
막사뒤에서 담배만 피면서 속이 답답해 미칠것 같던 제 심정을...
얼마전에 일이 터졌습니다.
여친에게 전화를 하니까 울고 있더군요.
왜 우냐고 그러니까...언니가 때렸다는군요.
왜 그랬냐고 물으니까 언니가 저랑 사귀지 마라고 했다더라구요.
나중에 결혼이라도 할라치면 고생할께 눈에 훤히 보인다고...
전 집에 돈이 없거든요.
여친이 언니한데 "우리는 언니보다 더 떵떵거리며 살꺼다!"
라고 얘기했으면 내심 좋았을것 같았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게다가 여친도 저랑 결혼이라도 한다면 고생할게 보인다 그러고
(장남에다 돈도 없고, 부모님한데 휘둘릴 것 같다고...)
전화 도중에 여친이 울면서 "지금 니한데 가면 안되나?"
라고 물어보더라구요.
(여친과 저는 다른 지역)
저는 오라고 얘기를 못했습니다.
오라고 얘기한다면 여친의 부모님과 가족에게 몹쓸짓을 한다고 생각한거죠.
저는 가족이 해줄 수 있는 부분과 애인(배우자)가 해줄 수 있는 부분은
다르다고 생각하고, 어느 하나를 놓고 저울질 할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저 때문에 여친이 가족이랑 사이가 안 좋아지는건 바라지도 않구요.
그렇다고 저렇게 얘기하는데 그냥 집에있어~라고 말하기도 그렇더라구요.
커피라도 마시면서 마음을 가라앉히라고 그러고 문자로 네가 알아서 잘
결정해 그건 내가 결정할 문제가 아닌것 같다라고 해줬습니다.
그런데 여친은 그 말에 기분이 좋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마치 제가 자기를 염두해두지 않고, 신경 쓸일 아니라고 생각한 것일까요?
하지만 전 정말로 그건 제가 결정해야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저 하나때문에 여친이 가족과 등을 돌리는거는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는 여친 고생 안시킬 자신있습니다!라고 제가 말할수도 있겠지만
보장없는 말 한마디는 자신감이 아니라 교만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아직 뚜렷한 비전이 없는(세스코에 취직이라도 되었다면 모를까...ㅡ.ㅡ)
제가 감히 그런말을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구요.
결국 여친이 헤어지자고 그랬습니다.
그래서 얼마간 연락도 안했구요...
이번에 제가 기숙사에 들어가게 되어서 기숙사에 들어간다고 연락했습니다.
그러니까 이제 나 때문에 집에 늦게 들어가고 해서 어머니께
눈치보일것도 없는데 뭐 하러 나와서 사냐?
고 그럽니다.
말투가 꼬인게 눈에 보이죠.
예전에 여친에게 물어봤습니다.
넌 우리 엄마를 적으로 생각하냐고...
그렇다고 하더군요...
(저희 어머닌 여친 생일날 주라고 가지고 있던 반지에 목걸이도
선물해줬습니다.)
전 여친이 싫지 않습니다.
글이 마치 저는 잘나고 여친은 뒤틀린것 처럼 보일수도 있지만 아닙니다.
여친은 누구보다 저한데 지극정성으로 잘 대해줬고, 군시절 뒷바라지는
거의 여친이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제가 돈이 없으면 계산서에 만원짜기 꽂아서 저한데 쓱 밀어 넣어주곤
화장실에 갔다 온다면서 사라지기도 할 정도로 절 배려해줍니다.
하지만 여친은 가족과 애인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전 가족은 가족이고 애인은 애인일 뿐인데요.
게다가 이번에 자기 언니가 그렇게 얘기했는데 오히려 절 위로해주는게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꼴이 나니까...
제 처지가 너무 우습더군요.
뭘까요...여친이 좋지만 만나면 안될것 같은...
전 나중에 제 배우자의 부모님께도 잘 해드리고 싶습니다.
첫사랑이라서 그런가요...미련이 자꾸 남습니다.
정말 저한데 만큼은 누구보다도 잘 배려해주고, 신경써주던 여자입니다.
오히려 제가 그만큼 미치지 못했던 때가 굉장히 많았죠.
그래서 항상 머릿속엔 꼭 성공해서 호강시켜주자~
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아...뭐지요...세스코 맨 & 우먼님들도 이런 경험이 있으신가요.
지금 너무 갈팡질팡 입니다.
저한데 이렇게 잘해주는 여친을 놓치기는 싫지만, 부모님과 이렇게
어긋나는 상황이라면 그건 아닌것 같고...
정말 답답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