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세요...
겨울이라 바람한번 매섭고, 찢어질듯한 추위에 정육점 앞을 지나다가
야들 야들한 생삼겹을 보게 되었습니다.
고놈으 자슥... 어찌나 야들야들한지 붉은 땟깔이 "제발 날 좀 먹어주렴"하고 유혹하는것 같았습니다.
주머닐 털어 보니 2천원...
담배를 살것인가 고기를 살것인가...
전 과감히 담배를 버리고 고기를 택하기로 했습니다.
주인아줌마 한테 "2천원어치 주세요"하고,
궈먹을 건지 찌게를 해먹을건지 결정 하라더군요.
어느새 썰린 돼지고기2천원어치는 내 눈을 바라보며
양 볼에 붉은 홍조까지 띄우며 내 결정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한번 뜨겁게 구워 널 먹어버릴 바엔 상큼한 신김치양과 버부려 널 행복한 김치찌게로 만들어 주겠다!"
그래서 김치찌게를 하게 되었죠.
있는 조미료 없는 조미료 다 집어넣고 세상에서 제일 맛있을것 같은 김치찌게는 그렇게 태어나게 된거죠.
그런데 말이죠...
김치찌게 냄비뚜껑을 연 순간 전 또 다른 고민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찌게국물 가장자리에 돼지고기군과 심김치양의 밀회에 태클을 거는 바퀴란 놈이 진한 국물을 우려내며 두둥실 떠오르는 것이었습니다.
비참한 참사의 현장이었지만, 전 황급히 정신을 차리고
수저로 바퀴의 시신을 살짝 건저낸 다음 맛있게 김치찌게를 먹었습니다.
예전의 저라면 이런 상황에선 당장에 냄비채 하수구로 버렸겠지만...
그때 절 바라보는 돼지고기군의 슬픈 눈망울을 도저히 외면할 수 없어서..
그냥... 먹었습니다.
죽진 않겠죠?;;;
이렇게 먹으면 안좋은거겠죠?;;
저.. 인간이죠?;;;
죽진 않습니다.....
다만 찝찝할 뿐이죠...
물론 좋지는 않습니다.
다만 깨름직 할 뿐이죠..
인간 맞습니다.
저도 인간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