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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코의 궁금한 부분을 상세히 답변드리겠습니다.
아직도 그저 매미려니...
  • 작성자 낭낭
  • 작성일 2003.06.30
  • 문의구분 해충관련 문의

제가 사는 아파트는 앞에 산을 끼고 있는 공원이며 숲이 있습니다. 그 때문인지 여름만 되면 매미소리에 저주받은 여름밤을 보내고는 하는데요.
비가 미안하게 부슬거리며 내리는 오늘 오후. 윗층에 사는 여고동창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몹시도 겁에 질려 울고 있더군요. 네! 울고 있었습니다.
"냥... 흑... 어떡해. 집에... 집에... 흐윽..."
저 바로 전화기 내던져 버리고 뛰쳐나왔습니다. 노크고 초인종이고 즉각 생략하고 문을 열어젖히니 현관에 주저앉아 얼굴을 감싼 친구는 부들거리는 손가락으로 베란다문을 가리켰습니다.
"냥... 저기에 매미가... 매미가..."
"이노무 매미가 약하는 개미를 잡아먹었나. 지금이 언제라고 벌써 겨나와?"
굴러다니고 있던 슬리퍼 한짝을 들고 거침없이 걸어갔지만 사실 매미를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작은 개미면 모를까. 부피감있는 곤충의 상부로 중량적 부담이 큰 물체로 압력을 행사할 시 그에 따른 변형에 동반하는 시각적 청각적 데미지를 감당하기 두렵기 때문입니다.
그래... 몇달 짝 찾겠노라 십년을 땅 속에서 살아야하는 너를 인간인 내가 무슨 자격으로 해코지를 하겠느냐. 부디 원컨대 알아서 토끼거라.
그리고 베란다 벽을 바라보았습니다.
그 녀석은 엄지 손가락 두개를 이은 크기가 제법 사람 당황하게 만드는 사이즈의 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눈이 빨갛지?
왜!
왜 눈이 빨갛냐구!
왜애~~~~~~~~~~~~~~~~~~~~~~~~~~~~~~~~~
그건 파리였습니다. 네. 정녕파리였단 말입니다.
붉은 눈! 회색줄무늬! 그물날개! Helicophagella melanura!
사반세기를 살며 제 평생 그런 파리를 보리라고는 감히 꿈도 꾸지 않았습니다. 저 파리 싫어합니다. 모기보다 싫어합니다. 바퀴벌레보다 증오합니다. 저 손된 예를 모르며 주야를 가리지 않고 더러운 것을 탐하는 염치없는 것들을 혐오합니다.
그런데 그 사이즈라니. 그 사이즈라니이~
돌연변이겠죠?
형질유전과는 전혀 상관없는 거겠죠?
그렇겠죠?
그렇다고 해주시면 안될까요?
그렇지 않다면 그(그녀?)와 유전자를 공유하는 수백의 형제와 앞으로 그 유전자를 이을 이세들은 어찌 감당하오리까.
관리소에 신고하고 베란다로 통하는 문을 모두 봉쇄한 후 바퀴벌레용 연막탄 하나를 터트렸습니다.
제 파랗게 질린 얼굴을 보며 목이 터져라 깔깔대는 친구의 허리를 사뿐히 즈려 밟고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백과 서류가방에 에프킬라를 집어넣는 저를 보며 오늘 내내 자기혐오에 빠졌습니다.
전 파리에 상당한 거부감이 있어 부엌과 화장실 관리에 특별히 신경을 쓰거든요. 쓰레기도 하루에 한번 꼭 처리하고 집에 있는 쓰레기는 기껏해야 폐지정도인데 그래도 간간히 파리를 보고는 합니다.
오늘 본 그 파리는 거의 충격이였구요. (오늘에서야 초파리는 귀여운 축에 속하는 곤충이였다는 걸 알았습니다.)
앞으로 더워지면 더욱 기승을 부릴 텐데... 이 쉐이들 영원히 안보고 살 방법은 없을까요? 그리고 그 악몽의 파리는 제 생전 다신 보지 않았으면 합니다. 또 볼 확률이 많을까요?